REVIEW ㅣ마루 밑 아리에티
지브리 역사상 가장 작은 주인공 등장
신예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프랑스 가수 참여 등 변화
<아 더와 미니모이>, <앤트 불리> 등 소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그려낸 작품들은 적지 않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들은 거대한 크기로 주인공들을 압도하지만, 한편으론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새로운 세상, 새로운 모험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도 마찬가지다. 푸른 빛을 뿜어내는 나무들과 온화함을 담고 있는 꽃들이 만개한 교외의 한 저택 마루 밑은 10cm 남짓한 소인 가족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힘이 아닌 인간으로부터 물건을 빌려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간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물건들이지만 소녀 아리에티에게는 하나 하나가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각설탕 한 조각은 1년간 차 맛을 돋워줄 수 있고, 작은 빨래 집게로는 머리를 묶을 수 있으며, 구슬달린 시침핀은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아버지는 매일 생존을 위해 인간들의 물건을 빌리러 나서고 14살이 된 아리에티도 따라 나선다. 양면 테이프를 이용해 식탁을 순식간에 등반하는 아빠의 실력에 감탄하고, 자신도 티슈를 손에 넣기 위한 모험에 나서는 그녀. 그만 저택에 요양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고 만다.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당장 그 집을 떠나야 한다는 소인세계의 철칙이 있지만 소년과 소녀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고, 위험 역시 천천히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서정적 감수성 돋보여
<마루 밑 아리에티>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라는 두 거장 감독의 거대한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는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꿈꿔오던 마루 밑 작은 소인들의 세계를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옮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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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기자(mercury@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87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VIEW l CinDi ‘나를 찔러봐’
실업자 된 농민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리우 지앤 감독의 1인 제작 장편 애니메이션
일자리를 찾아 시골에서 올라와 신발공장에서 일하던 장샤오준은 금융위기로 공장이 문을 닫자 백수가 됐다. 시장에서 도둑으로 몰려 경비원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았지만 그가 하소연할 데는 또 다른 백수 친구밖에 없다. 고향에 돌아가 얼마라도 어머니 손에 쥐어드리고 농사나 지으며 살고 싶은데 가진 것도 없다.
어느 날, 노점에서 국수를 먹던 장샤오준은 오토바이 뺑소니를 당해 쓰러진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신다. 그런데 딸이라는 사람은 오히려 그를 뺑소니범으로 몰아 구속시킨다. 할머니의 딸과 아들은 경찰이다. 누명을 쓴 그는 직업과 이름만을 되묻는 경찰에게 또 개 맞듯 두들겨 맞는다. 직업 없이는 신원을, 그리고 무죄를 증명할 길이 없다. 대신 그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 개인은 한없이 작은 존재고, 그중에 더 힘없고 초라한 건 ‘실업자’라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강자와 약자와 방관자의 사회
리우 지앤 감독의 <나를 찔러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폭풍이 불어 닥친 중국의 어느 남방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의 두 청년은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온 이른바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이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대표하는 농민공은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한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 중국에서 2천만 명이 넘는 농민공이 실업자가 됐다. 영화는 이들을 대표하는 두 청년을 통해 사회적 약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어떻게 시스템의 최하위 계층으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다른 계층의 어두운 이면까지 훑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진 건 노동력밖에 없는 이들이 도시에서 사람답게 살기는 힘들다. 돈 벌이는 고사하고 사회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이나 진정성과 같은 내적 가치마저 무시당하기 쉽다. 장샤오준이 선의를 베풀고 누명을 쓰는 장면에서 리우 지앤 감독은 이를 구경만 하고 있는 한 남자를 여러 번 비춘다. 불합리한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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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기자(ani@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87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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