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ENDING CREDIT 6 ㅣ김동욱 음악감독
영상에 향기를 더하는 직업, 음악감독
‘무림일검의 사생활’, ‘제불찰씨 이야기’ 등 40여 편 음악 작업
|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요소들의 집대성이다. 엔딩 크레딧에 끝없이 올라가는 스텝들의 이름들만 봐도 얼마나 많은 인력들의 노고로 작품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작품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에서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깨알같은 이름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려 한다. 그 여섯번째 인물은 김동욱 음악 감독이다. |
“음악감독은 단순히 의뢰에 따라 작곡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운드를 포함해 음악적인 모든 측면에서 감독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음악을 빼는 것까지도 음악 감독의 일이다.”
(5).jpg)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 <제불찰씨 이야기>, <스탑> 등과 영화 <열 한 번째 엄마>, <소년, 소년을 만나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에서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흔들었던 김동욱 음악 감독. 30대 중반이지만 이미 경력 10년 차인 그는 2003년, 대학 재학 시절 교수의 소개로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이었던 김혜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나쁜 꿈>에 참여하며 일찌감치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정식으로 보수를 받고 첫 작품을 맡은 초보 음악 감독은 아는 것은 없었지만 열정이 넘쳤다. 영상을 보자마자 작곡해보라는 황당한 요구에 1분도 되지 않아 음악을 완성해냈다(결국 이 곡이 작품에 쓰였다). 3분 길이의 단편인지라 음악은 7~8초, 길어봐야 15초에 불과했지만 3일간 버스를 타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양수리 종합촬영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난 덕에 영화아카데미의 단편 음악 작업이 꾸준히 이어졌다. 주위에서 영화아카데미에서 공로상을 줘야 한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한번에 여섯 작품까지 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
김동욱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모두 영상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업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영화의 경우 일상의 소리가 포함돼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아무 소리도 없다. 때문에 들어갈 소리까지 감안해서 조언해야 한다. 더욱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음악을 캐릭터의 동작에 맞추는 경우도 많다.”
장편 작업의 고충
.jpg) 단편 음악 작업을 해오던 김동욱 감독은 2007년 영화 <열한번째 엄마>로 장편 음악 감독으로 입봉하게 된다. 전작의 음악을 오랫동안 작업했지만 본의아니게 쓰지 못하게 되면서 미안함을 가졌던 감독이 이번에는 <열한번째 엄마>의 음악 감독 자리를 제안한 것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29살의 음악 감독을 제작사에서 못미더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김동욱 감독은 이 작품을 제대로 못하면 앞으로는 영화 음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일에 매진했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리게 된다.
그는 단편을 연출하던 감독이 장편을 하게 되면 이야기의 호흡을 길게 늘리는 일이 어렵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예산과 규모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점이 많다고. 미디(MIDI: 여러 전자음악 장치들을 연결해 음악을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로 작업하는 단편과 달리 장편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녹음해야하기 때문에 악보 작업, 가수들의 지도, 오케스트라의 경우 연주의 조율과 믹싱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음악의 길이도 1분이 넘지 않는 단편과 달리 장편은 3~4분에 달하는데다, 20곡 가까운 곡들의 일관성 유지나 캐릭터에 맞는 테마 음악 선정 등 책임이 막중할 수 밖에 없다.
음악 감독의 참여 시기는 감독들에 따라 다르지만 시나리오 완성 후가 일반적이다. 어떤 풍의 음악이 어울릴지 다른 영화 음악을 참고 자료로 제시하기도 하고, 이 부분에서는 어떤 식의 음악 연출이 나을지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며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이뤄진다. 최종 완성까지 바뀌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바로 음악을 만들 수는 없지만, 충분히 작품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작업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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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기자(mercury@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10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EOPLE ㅣ 마이크 윙 감독
작품 통해 아름다운 생각 공유하고파
‘나의 작은 세상’ 제작, 계원예술대학교에서 후학 양성 중
| 미국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전공 교수 외래 교수(1994~2011),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드림웍스 등에서 약 10년 간 일한 캐릭터 애니메이터, 현 독립 스튜디오 줄라이 필름(July Films Inc.)의 대표인 마이크 윙(Mike Nguyen) 감독. 그가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계원예술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전임 교수로서 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화려한 경력보다는 자신의 작품 제작을 선택했던 그는 이번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칼아츠의 뛰어난 학생들 대신 열의가 넘치는 계원예술대학교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택했다. |
 장편 애니메이션 <나의 작은 세상(My little World)>의 프로듀서이자 줄라이 필름의 공동 창립자인 김나연 씨가 한국인인 것을 비롯해 2005년 PISAF의 심사위원, 2007,2008년 SICAF 트레일러 제작, 2008년 SICAF 포스터 제작,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해외거장 전문가 워크숍 강의 등 마이크 윙 감독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칼아츠에서 실무 경험과 강의 실력까지 고루 갖춘 선생으로 유명했던 그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큰 도전이지 않을까 싶지만 “세계 어디든 젊은이들은 똑같다고 생각하며 내게 가장 큰 도전은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이 아니라 이들의 재능을 꽃피우는 일”라는 우문현답이 돌아온다.
마이크 윙 감독은 2,3학년을 대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기반으로 한 컨셉 드로잉, 애니메이션 동작 표현 연습, 드로잉 애니메이션 등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이전부터 해외거장 전문가 워크숍 강의 등을 통해 한국 학생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던 그는 매우 열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수줍음이 많은 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게 만드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며 웃어보인다.
수업을 통해 단순한 지식의 전달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이곳에서도 강의 실력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최고로 본래 1년이었던 계약이 한 해 더 연장됐다.
꿈을 위한 홀로서기
.jpg) 마이크 윙 감독은 2000년, 유명한 굴지의 유명 스튜디오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줄라이 필름을 설립했다.
“모두가 살면서 내면의 부름을 듣게 되지 않나. 그것을 따라야 즐겁게 살 수 있다. 칼아츠에 다닐 때부터 항상 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디즈니에 입사했지만 여길 떠나서 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독립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작업이 세분화돼있는 대규모 스튜디오와는 달리 해야 할 일도 많고, 대표로서 스튜디오 운영과 제작비 조달 등 가중되는 책임감의 무게에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칼아츠에서 학생들이 만드는 2~3분 길이의 작품, 20편을 합치면 장편 길이가 된다는 단순한 논리면 충분했다.
오히려 작은 스튜디오기 때문에 스토리보드 아티스트가 애니메이팅도 할 수 있는 등 아티스트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프로젝트를 좀 더 공유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꼽는다. 마이크 윙 감독은 <나의 작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익 창출의 목적보다 아티스트들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생각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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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기자(mercury@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10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EOPLE | 정유미 감독
‘연애놀이’로 느끼는 애니메이션의 유희
전작 ‘수학시험’에 이은 베를린 영화제 초청
.jpg) <먼지아이>가 공기 속 부유하는 세밀한 존재를 ‘나’와 동일시했다면 <연애놀이>에서는 다양한 놀이들을 연애 감정에 대한 은유로 연결시켰다. <연애놀이>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그들의 ‘놀이’에 참여시킨다. 작품 속 놀이가 가지는 유희를 즐기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미세한 감정의 움직임을 느끼게 된다.
정유미 감독의 <연애놀이>는 작년 국내 인디애니페스트의 우수상에 이어 올해 베를린영화제 단편 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불러왔다.
그녀가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때부터 구상했던 <연애놀이>는 본래 한사람에게서 나온 2개의 분열된 자아가 함께 놀이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기획됐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두 사람의 이야기로 좀 더 확장되며, 두 명은 남녀가 됐고, 이들의 이야기는 연애 이야기로 발전했다.
.jpg) <연애놀이>에는 특정한 기승전결의 이야기(Storytelling)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관찰이 용이한 형태의 카메라워크로 캐릭터들이 노는 방식을 멀찍이 떨어진 채 ‘Play(재생)’ 시켜줄 뿐이다. 소리는 절제된 효과음과 계절을 알려주는 정도만 존재할 뿐 대사나 감정의 동화를 일으켜줄 배경음악은 들어가지 않는다. 가장 어려운 화법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 어떤 대사나 음악으로도 전달할 수 없는 미세한 감정을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정유미 감독이 구사하는 흑백 펜슬드로잉은 소박하지만 캐릭터가 행하는 행동을 더욱 자세히 보여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놀이들은 모두 독자적으로 흘러가지만 감정이 응축되는 남녀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두 남녀의 놀이는 아이들의 소꿉놀이와도 1:1의 은유의 형태를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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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기자(ani@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10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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