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는 로토스코프와 모션 캡처
로토스코핑 작품 페스티벌 수상, 많은 애니메이션에 사용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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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애니메이터가 필자와 맥주잔을 기울이다 “로토스코핑은 애니메이션이 아니야, 복제지.”라는 말을 꺼냈다. 맥스 플레쳐가 고안해 1915년 12월 6일 특허를 받은 이래로 끊이지 않아온 해묵은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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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토스코핑 기법은 반투명 유리에 실사 풋티지를 영사해, 아티스트가 그 반대편에서 종이를 프레임 단위로 이미지를 트레이싱하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가 <백설 공주>를 만들 때 이 기법이 이미 제작 전반에 사용됐지만, 정작 개봉했을 때는 언론과 대중이 이를 일종의 속임수로 생각하리란 우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필자는 맥주를 함께 하던 애니메이터에게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든 필름이 애니메이션일지를 물었다. 그는 잠깐 생각해 보더니, 아티스트가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든 변형했다면 예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리라고 대답했다. 일부 프레임들을 빼거나 제스처에 변화를 준다면 말이다.
오늘날까지도 로토스코프 기법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놀란 필자는 저명한 저술가이자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감독인 크리스 로빈슨에게, 일부에서 아직도 로토스코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그는 답신을 통해, “아직도 그 분야에 대해 다소 편견을 가진 이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바보다. 내 견해로는 문젯거리도 되지 않는다.”며, “그런 사람들은 밥 새비스턴의 <깨어나는 삶(Waking Life)>나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 역시 트집 잡는다.”고 일축했다.
로토스코핑 애니 감독에게 묻다
올해 오타와 대상을 수상한 데니스 터피코프에게 그의 작품 <전기톱(Chainsaw)>에서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할 때 편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그랬던 것 같다. 로토스코핑에 반대하는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다. 지금까지는 그럴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더라”고 대답했다.
데니스는 정작 로토스코핑을 써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 기법을 속임수로 여긴다고 믿는다. 그는 “편집이나 박스 위에 배우를 세워서 크게 보이는 것, 낮은 카메라 앵글을 쓰는 것 등, 필름 제작에 쓰이는 수많은 요소들이 다 속임수다. 속임수는 연출에 있어 기본이 되는 도구다. 대부분의 영화가 다 속임수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데니스에게 있어 로토스코핑이란 노동을 줄여주는 도구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정말 많이 쓰게 만든다. 로토스코핑은 기본적으로 실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복제하는 것이다. 사람들이나 사물의 사실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만 로토스코핑을 이용한다. 복제한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원하는 모습을 디자인해 내고, 원치 않는 것들은 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로토스코핑의 장점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불필요한 요소들의 삭제에 있다. 실사에서는 특수 효과를 이용해서 직접 지워버리지 않는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은 전부 보여진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선택 가능한 페인트된 이미지다. 그게 바로 그림과 사진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로토스코핑은 그 두 가지의 중간에 있는 아주 유용한 매체로, 영화의 형태, 시간, 공간을 조합하여 융통성 있는 이미지들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된 실사 촬영 이미지들은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는 프레임마다 이미지, 타이밍, 구성을 바꿔서 일일이 맞춘다. 이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유용한 툴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내 작품이 비합법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어이가 없다.”
‘전기톱’의 제작과정
“<전기톱>에서는 인물의 캐리커처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인물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이게 하고팠기 때문에 로토스코프를 이용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캐릭터 모델이 항상 정확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맥스 플레처는 이 트레이싱 장비를 고안하면서, 특히 팔의 원근감 있는 움직임을 표현하거나 복잡한 원근법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정확한 비례를 맞출 수 있게 해 줄 유용한 도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데니스는 참고용 풋티지와 최종 풋티지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분할스크린 필름도 만들었다. 남 캘리포니아 대학의 강의를 위해 만든 것으로, 실사 풋티지와 이를 기본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필름에서 보면, 데니스는 참고용 풋티지의 타이밍을 그대로 이용하는 대신 키 프레임들을 만들어 8콤마, 16콤마 등으로 동작을 직접 그려냈다. 그가 그려낸 뛰는 황소의 이미지를 보면, 속도를 늦추고 세세한 근육 구조를 단순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또 빛과 그림자도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황소가 근사하고 단순한 형태로 변해 있다.
<전기톱>은 대부분 야외가 배경임에도, 참고 풋티지는 전부 보관돼 오던 풋티지 내지는 스튜디오에서 새로 촬영한 풋티지 뿐이다. 교외를 질주하는 컨버터블은 무대에 주차해 두고 촬영한 클래식 카를 기본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여성의 스카프는 와이어를 이용해 움직였다.
나무들은 촬영장 안으로 가져오기엔 너무 무거웠다. 들어 옮기려면 크레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데니스는 참고용 실사 풋티지를 이용해 나무들을 직접 만들어냈다. 금속 지지대에 작은 그루터기를 세워서 벌목꾼이 잘라내는 나무들을 대신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나무의 윗부분은 판자로 만들어야 했다. 그 대안은 숲에 들어가서 진짜 나무를 베는 것이었는데,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는 실제 배우를 야외로 데리고 가서 진짜 나무가 쓰러지는 풋티지를 찍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보험료도 상당히 비싸다고.
.jpg) 필름의 클라이맥스 시퀀스에 나오는 집은 건축가가 그린 정면 한 장, 옆면 한 장, 그리고 부서진 집 한 장, 모두 3장의 그림에서 만들어냈다. “나머지는 전부 그려낸 것이다. 집의 3D CGI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신에 2D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집의 풋티지를 직접 그렸다. “구성하는 데 손이 굉장히 많이 갔다.” 또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커플의 삽입 컷들을 넣기 위해 무너지는 집의 시퀀스를 가능한 한 늘렸는데 재밌는 작업이었다”고도 말한다.
데니스의 초기 작품은 전부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고, 광고 작품 일부에서만 로토스코핑을 썼다. 그의 초기 작품을 보고 참고용 풋티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자기 작품에서 로토스코핑을 이용하고 나니 <다라 독스(Darra Dogs)> (1993)를 포함한 이전 작품들을 로토스코프라고 짐작해서 글에 쓰는 이들도 생겼다고 한다. 사실 무근인데도 말이다.
또다른 로토스코핑 ‘물고기 공주’
좀 다른 식으로 로토스코프를 이용하여 실사와 애니메이션 간의 경계를 보다 모호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다. 2008년 8월 미국에서 한정 개봉한 (미국 내 5개 도시에서만 상영됐다) <물고기 공주(YEAR OF THE FISH)>에서 제작자는 값비싼 실사 비디오 시스템을 이용하여 실사 장편을 찍은 다음, 3명의 파트 타임 직원들을 고용하여 6개월 동안 매킨토시 G5 컴퓨터 4대와 와콤 태블렛을 이용해...
이하 생략
글/칼 코헨 , 번역/고은혜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76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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