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김진만 감독
세계 너머의 어떤 세계, 깊숙이 찔러보다
국수로 작품 제작 아이디어 돋보여…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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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감독의 <오목어> 속 ‘국수’라는 오브제로 만들어낸 물고기와 바다, 물 밖 영상은 실로 경이롭다. 하지만 단순히 ‘독특하고 신기하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 더 나아가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낸 세계와 그 깊이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관객에게 국수라는 소박한 오브제를 웅숭깊은 그릇에 오롯이 담아내며 깊이 있는 인식의 전환을 맛보게 한다.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나기 시작한 김진만 감독. <오목어>에 담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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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2미터, 세로 50센티 양의 국수를 쌓아 오직 손가락과 나무 막대로 국수를 눌러가며 제작한 <오목어>는 무려 1,400 그릇에 달하는 소면이 사용됐다. 국수를 눌러가며 촬영한 기간 만해도 14개월이다.
 김진만 감독은 “<오목어>는 일종의 핀 스크린 기법을 응용한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 국수를 앞뒤로 눌러가며 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애니메이션 기법보다는 조각의 기법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이런 오브제의 선택이나 독특한 응용은 작가의 정체성을 구분 짓는 요소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김진만 감독은 사소한 오브제에서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연구한다.
아무리 평범한 오브제라도 남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선택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찾아 신선함과 충격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작품 안에서 오브제와 내용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 3가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잘 연결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위트 넘치는 오목어가 되기까지
그의 국수 애니메이션은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전작 <볼록이 이야기>에서도 국수가 활용됐다. <볼록이 이야기>는 <오목어>와 이야기가 연결되지는 않지만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국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보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적 변화는 <볼록이 이야기>를 제작할 당시에는 거칠게 표현됐던 쌓인 국수의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면서 더욱 더 세밀한 표정과 움직임을 줄 수 있었다고. 국수를 쌓으면 평평한 배경이 적당히 나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이 작업에는 여러 날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고도의 노하우가 숨어있다.
여러 가지 시도를 거치면서 전작들에 비해 가장 눈에 띄게 작품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은 바로 ‘대사’다.
<볼록이 이야기>, <소이연>, <그물> 전작 어디에도 대사를 넣지 않아 모두 무언극에 가까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대사의 삽입에 도전했다. 대사가 삽입됨으로 인해 캐릭터가 살아나며 작품 분위기는 경쾌해졌다.
<오목어>에는 다양한 바다 속 생물들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들의 모든 목소리는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이것의 가장 궁극의 목적은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철학에 맞추기 위해서는 자신이 모든 것을 만들고 해내는 것이 적절하게 보였기에, 그는 ‘창조주’로서의 역할을 목소리 연기를 통해 드러낸다. 그리고 그는 캐릭터들을 연기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 연기연습을 했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게 됐다.
‘이렇게’와 ‘저렇게’ 로 높인 완성도
제작에 관한 끈질긴 물음들에 대한 감독의 대답들은 한결같았다. 바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였다. 어떤 해답을 머릿속에 가지고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들을 즉흥적으로 찾아나가는 것이 그만의 방식이다.
자신이 계획해놓은 특정한 작업 방식을 고수하지 않기에 어느 한순간 좋은 장면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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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기자(ani@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9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EOPLE IN ENDING CREDIT 2 | 김선구 PD
애니메이션 PD, 한국에서 살아남기란
‘아치와 씨팍’,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작품 제작 이끌어
|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요소들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 크레딧에 끝없이 올라가는 스텝들의 이름들만 봐도 얼마나 많은 인력들의 노고로 작품이 만들어졌을지 깨달을 수 있다. 작품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에서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깨알같은 이름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려 한다. 성우 엄상현 씨에 이어 두번째로 김선구 PD를 만났다. |
작품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감독을 향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PD다. 기획부터 투자 유치, 제작ㆍ자금 관리, 후반 녹음, 연출, 편집 등 PD는 작품의 완성까지 누구보다 바쁜 사람 중의 하나다.
(5).jpg)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TV시리즈 <로보카 폴리>의 시즌2 프리프로덕션에 한창인 로이비주얼의 제작이사, 김선구 PD. 그는 <고인돌>, <아치와 씨팍>,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애니메이션 문외한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화제의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의 제작을 이끌었다.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미련하고 무던한 탓에 지난 16년간 애니메이션 PD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그는 이제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최고의 흥행작의 PD, 극장용 장편 2편을 제작한 유일한 PD가 됐다. 모두가 힘들다고, 어렵다고 말하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어떤 작품들이 그에게 재미와 쾌감을 안겨줬을까.
우여곡절의 첫번째 작품 고인돌
“프로듀서 입봉 작품, 재미있고 독특한 소재 발굴”
본래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좋아했지만 90학번인 김선구 PD가 대학을 들어갈 때만 해도 관련 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홍익대학교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그림을 그렸고 흥미도 있었지만 생업으로 삼기는 힘들다고 생각했고 <결혼 이야기>, <접속>, <미스터 맘마> 등 PD들의 주도하에 한국형 기획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에 자극을 받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회는 금새 오지 않았다. 첫 직장 제이콤(CJ(당시 제일제당)가 김종학 감독, 유지나 작가와 설립한 제작사)에서 추진 중이던 피터 정 연출의 장편 애니메이션 <망치>가 무산되고 만다. 또 한 편의 기획 작품 <고인돌>(2000) 역시 제작이 쉽지 않았다.
“꼭 아동, 가족 타깃인 착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재미있고 독특한 소재로도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박재동 화백의 만화《고인돌》은 OVA에 어울리는 소재였다. 성인용 만화로 인기가 있었고, 섹스어필하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박수동 화백과 계약도 마치고 데모까지 만들었지만 성인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CJ가 사업을 접으면서 옮겨간 김종학 프로덕션에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마침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을 가졌던 완구회사 손오공이 김종학 프로덕션 내 애니메이션 팀을 인수하게 되면서 애니메이션에서 완구까지 만들 수 있다는 꿈에 부풀게 된다. 때마침 서울무비의 성인용 OVA <누들누드>가 성공하면서 그의 첫 번째 프로듀서 입봉작, <고인돌>을 제작하게 된다. 그러나 손오공 역시 애니메이션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그는 대기업에서 제작사에 일을 맡기고 관리하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제작사를 직접 겪어보기로 결심한다.
똘아이들의 도전 ‘아치와 씨팍’
“한국 애니메이션의 황당한 상상력을 보여주다”
.jpg)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장편의 성공은 우리 업계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다.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는 사실을 증명해서 장편 애니메이션에 투자하겠다는 회사들이 생기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직장의 회사원이기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김선구 PD는 2001년 <아치와 씨팍>(2006)의 제작에 합류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 도발적인 액션, 자극적인 영상과 블랙코미디까지 가미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낮은 제작비로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품을 본 사람들의 절반이 ‘저런 똘아이들’, 나머지 절반이 ‘끝낸준다’ 라는 반응을 보이며 논란이 불러일으킨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케팅적인 면에서 흥행의 포인트도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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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기자(mercury@animatoon.co.kr)
자세한 내용은 애니메이툰 9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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