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신 칼럼
두뇌의 예측 과오
글 그림 넬슨 신
얼마 전 모 일간신문 스포츠 싸이언스란에 ‘뇌의 잘못된 예측 탓에 판정이 잘못됐다’는 기사가 실수를 실재의 숫자로 들어 눈을 끌었다.
나는 젊어서는 테니스 치기를 좋아했다. 테니스는 운동량이 많아서 지금은 못 하지만 미국에 있을 때, 가끔 스튜디오 뒷마당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친구들과 친선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아무리 즐기기 위해 하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주심을 봐주는 친구가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듯 보이는 공을 “OUT!” 하고 부를 때는 매우 당황스럽고 아니라며 따지고 싶은 때가 많았다. 사실 공이 선에 살짝 걸쳤는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 유명한 프로경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기회가 있으면 윔블던 경기를 TV로 보는데, 그 유명한 경기에서도 화면 Replay를 여러 번 반복하며 선수에게 보여주고 관객들에게도 주심이 판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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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사람의 눈으로 식별해 판정을 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때문에 눈으로는 ‘OUT’이지만 실제로 그런지를 슬로모션(Slow Motion)을 통해 분석해서 판정을 명확히 한다. 테니스경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Replay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눈의 판정은 정확하지 않다는 말이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그것을 시신경을 통해 두뇌에 보내는 속도는 10분의1초가 걸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두뇌는 이것을 보완(Compensate)하기 위하여 보게 될 순간적인 동작을 예측하여 미리 판단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예측된 판단은 시간정보가 그럴 것이라는 결론부터 내리는 현상이다. 특별히 빠른 동작을 보게 될 때 체험적 두뇌의 속도라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시각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청각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소리를 듣고 미리 판단을 내리는 두뇌의 작용을 우리는 많이 경험한다. 청각으로부터 오는 예측판단들은 시각에서 오는 예측판단보다는 훨씬 큰 오판을 낳는다. 시각과 청각이 주는 두뇌의 판단은 예측정보에 의한 것들이지만 단순히 시각을 통한 생리적 현상으로 시신경에 있는 망막(Retina)의 활동작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망막의 작용으로 인류는 영상 (Projected Image on the Screen)이라는 것을 통해 연속적으로 동영상(Motion Picture)을 보게 되는 것이다. 눈을 통해 보게 되는 상(Image)은 시신경을 통해 망막에 전달돼 망막에 스크린 같은 상을 얻게 된다. 이 상은 연속적으로 깜박거리며 그 다음의 동작의 상을 연속해서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두뇌 속에 있는 망막을 통해 순간적으로 전에 본 상을 기억하고 그리고 그 다음 상을 연속으로 기억하며 움직임을 보게 된다.
이것은 체험적 기억이 아니라 생리적인 망막에 순간적 착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보다가 눈을 감더라도 순간 전에 보았던 상이 아직 두뇌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현실적으로 움직여진 모양을 보게 되고 잠시 전에 본 상으로부터 움직임의 변화를 인식하게 되며 따라서 다음의 동작을 미리 예측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게 될 동작행위가 순간 필름이 끊겼다 하더라도 수간의 두뇌는 연속적으로 움직임을 예측해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앞에 말한 신문기자의 ‘시각이 두뇌로 전달되는 소요시간에는 10분의 1초가 지체된다’는 내용과는 좀 다른 주장이지만 시각은 매우 빠른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영화는 24분의 1초로 쪼개 다음의 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움직임을 얻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사람의 시각은24분의 1초의 빛의 깜빡거림(Flicker)을 같이 보게 된다. 영화는 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24분의 1초를 다시 4개의 블레이드(Blade)에 넣어 깜빡거림을 최소화 시켰다. 필름을 통해 시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러니까 96분의 1초인 것이다. 영상분야의 과학자들은 이것으로도 시각에 느낌을 편하게 주기 위해 비디오나 디지털에서 1,000분의 1초로 나누어 시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1736년 아타나시오스 커쳐(Athanasius Kircher) 에 의해 매직렌턴(Magic Lantern) 이라는 환등기가 발명됐다. 이것은 유리를 연마해 만든 렌즈를 통해 빛을 투사하고 이를 통해 영상을 벽에 비추며 볼 수 있는 최초의 기구였다. 1824년에 와서는 피테르 M. 로제 (Pieter M. Roget)가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이치를 설명했고 최초로 두뇌속의 망막이 거론됐다. 이것은 ‘움직이는 물체에 관한 시각의 잔류 잔상의 지속성’이라 것이었다. 눈으로 보았다 하더라도 망막의 상은 다음의 상이 보이는 즉시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은 망막을 통하여 보았던 상이 두뇌로 전달돼 아주 영원한 기억 또는 잠시 후 소멸될 수 있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두뇌는 순간적으로 이것들을 DATA화 한다. 형태 (Formation), 재질(Material), 표면(Surface)등을 입체적으로 기억한다. 인간의 두뇌가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대단한 두뇌와 관계없이 많은 실수를 항상 만들어낸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앞에 가는 절친한 친구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반가운 나머지 그의 어깨를 심하게 후려치며, “야! 너 그동안 소식 없더니 여기서 만나는 구나!” 그러나 뒷모습의 그 친구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앗!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아,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뒷모습을 잘못 기억해둔 탓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사람의 시각은 잘못된 예측으로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시각의 예측 판단 과오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눈으로 유심히 봐야하는, 조금이라도 놓칠 세라 뚫어져라 보면서 시각의 과오를 즐기는 것은 마술이다. 마술사는 관객들의 시각을 속이기 위해 예측을 이끈다. 마술은 마술사에게 감쪽같이 속아야 오히려 기분이 상쾌하다. 이것이 관객들의 잘못된 예측을 이끌어 내는 기술이다. 마술의 속임수는 눈으로 식별하고 그것을 두뇌로 전달해 미리예측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두뇌의 판단 과오인 것이다.
가령 손바닥에 있는 동전을 다른 손바닥으로 옮기려면 마술사는 미리 동전의 이동을 몇 번 보인다. 오른손바닥에서 왼손바닥으로 확실하게 동전의 이동경로를 반복해서 보여주면 관객들은 그 동전의 이동경로를 두뇌 속에 입력하게 된다. 그러나 마술사는 실제로 동전을 이동시키지 않고 오른손에 그냥 가지고 있지만 동전의 이동경로를 미리 보인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때 마술사가 왼손을 천천히 열어 보이면서 손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시킨다. 사람들은 이때 자기가 잘못 본 것을 알고 오른손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마술사는 왼손바닥에 관객의 시선이 집중돼 있을 동안이 오른손의 동전에 마술사의 능란한 솜씨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오른손에 있던 그 동전은 교묘히 그리그 빠른 솜씨로 이미 숨겨진 후다. 마술은 손이 하는 것과 물체(기구)가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양쪽 다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관객의 두뇌가 그럴 거라는 착오를 이끌어서 판단의 과오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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